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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에서 살아남기

현지인이 알려주는 알래스카 여행 팁] 도로편

by 알댁 2022. 10. 31.

미국 본토에서도 알래스카 여행이 꿈인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알래스카는 심적으로, 물리적으로 먼,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코로나로 닫혔던 캐나다 국경이 열리면서, 올해 여름은 관광객들로 도로가 북적북적합니다. 관광버스는 물론이고, 모터홈(moterhome), 캠퍼(camper),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Harley-Davidson) 등을 타고 자유 여행하는 관광객도 부쩍 늘었습니다.

운전하다, 멋진 경관이 보이면 잠깐 차를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 그 경치를 원하는 만큼 감상하는 것. 알래스카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죠. 하지만 외국에서, 특히나 미지의 이미지 가득한 알래스카에서 차량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선뜻 자유여행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유여행에서 중요하지만, 구하기는 힘든 정보, 알래스카 현지 도로 사정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구글도 모르는 깨알 정보, 알고 가면 멘탈 보존 가능한 팁을 알래스카 사는 사람이 알려드립니다. 렛츠 꼬우~!

 

알래스카는 도로부터 남달라!


일단! 고속도로(하이웨이)라고 불린다고 한국의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앵커리지와 페어뱅크스 주변을 제외하면 국도 수준의 왕복 2차선 도로가 대부분이죠. 참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고속도로를 여기서는 프리웨이(freeway 또는 express highway)라고 부릅니다.

전반적인 도로 상태가 그리 훌륭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구멍이 난 곳도 있고, 갈라진 곳도 있습니다. 또 도로 전체가 파도 타듯 울렁거리기도 합니다(요거는 은근 잼😂).

운전하다 야생동물을 만나는 건 알래스카에서는 아주 흔합니다. 특히 무스(Moose)라고 불리는 말코 손바닥 사슴은 알래스카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늪지대(평평한 지대에 나무들이 작고 부실해 보이는 곳)는 무스가 물을 마실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자주 출몰합니다. 무스 외에도 다람쥐, 새, 여우 등 많은 야생 동물들이 도로를 건너 다닙니다. 한 번은 아기 오리 5마리가 엄마 오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 호숫가로 가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Moose-passing-road
도로를 여유만만하게 건너는 무스(2017), 말보다 큽니다. 맞짱뜨면 우리가 무조건 져요!


알래스카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휴대기기가 신호를 받지 못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 구간이 10년 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날씨 등으로 인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발생하니까요🥲) 그러니 출발 전에 필요한 정보를 한 번 정도는 확인하고 그날 일정을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알래스카 도로의 여름:

겨울 내 파손된 도로를 보수 및 공사하는 기간이 바로 여름 여행 성수기와 겹칩니다. 그래서 도로 한복판에 서서 한참을 기다릴 수도 있고,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SLOW 또는 STOP 표지판을 든 차량통제요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 가까워지면 형광 주황색의 공사 중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원이 STOP을 들고 있다면 요원 옆에 또는 앞 차량 뒤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면 됩니다. SLOW로 표지판을 돌리면 지정된 속도로 움직이면 되는데, 선두에 길을 안내하는 차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겨울 기록적인 눈이 내렸고, 올해 여름에 그 눈이 녹아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붕괴되어, 일정 구간의 도로가 며칠간 봉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출발 전 도로 사정을 꼭 확인하세요. 아래 알래스카511에서 알래스카의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laska Road Conditions | View Live Alaska Road Conditions | Alaska 511

 

511.alaska.gov

 

알래스카 도로의 겨울:

모든 운전이 그렇겠지만, 특히 알래스카에서 겨울에 운전한다는 것은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할 말 많으니 잘 따라오세요🤭


중부 지방의 겨울은 눈과 함께 시작됩니다. 아무리 추워도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지 않으면 계속 가을이지요🤭 작년에는 9월 중순에, 자작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눈이 와서 그 시작이 빨랐고, 올해는 10월 중순에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해 긴 가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시작이 언제가 되든(중부지방의 경우 대부분 9월 중순~10월 중순 사이), 이 기간은 운전하기에 매우 위험합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첫 2~3일 후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에서 미끄러져 나간 차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습니다. 한 번은 제 앞의 트럭이 도로 위에서 360도 회전 후 갓길에 멈추는 것을 봤는데, 어찌나 간담이 서늘하던지요. 저희도 급하게 차를 세우고, 탑승자들이 괜찮나 확인하려고 차 문을 열려는 순간, 알래스카 쿨내 뿜뿜하며 저희 차 옆을 쌩~ 지나가더라고요🤣

 

미끄러진다 싶은 느낌이 들면, 속도를 줄이는데, 브레이크를 약하게 자주 밟으면서 줄이세요. 급한 마음에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핸들도 많이 꺾지 마시고요. 제일 안전한 방법은 이 기간에 운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무스를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9월에 시작되는 사냥 시즌에는 무스들이 예민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무스가 사냥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다 도로로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가 있죠.  올해 제가 아는 두 분이 무스와 충돌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다행히도 다치신 곳 없었지만 차를 폐차시켜야 했고, 다른 한 분은 할리 데이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생사를 넘는 지경까지 가셨죠. 다행히 회복 중이십니다. 그러니 멀리 보시면서, 도로 주변도 신경 쓰시면서 운전하세요.


겨울에 장거리 운전 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 '주유소가 보이면 무조건 기름을 채운다!'입니다. 앵커리지나 페어뱅크스를 벗어나면 연료를 채울 수 있는 곳은 작은 마을 수준의 주유소인데요. 마을 당 1~2개의 주유소가 있는데, 문제는 이 주유소들이 겨울에는 운영을 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구글 지도에 보이는 마을(또는 도시)일 것 같은 지명은 마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거점 정도라고 할 수 있죠. 버려진 마을이라 아무것도 구할 수 없는 곳도 있고요.

 

그러니 채울 수 있을 때 연료를 채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나 연료가 떨어져 차를 세워야 할 경우, 히터도 틀 수 없고, 휴대전화의 신호도 안 터져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아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요😰

 

제가 처음 알래스카로 들어올 때 이런 일이 있었죠. 차에 기름이 반 넘게 남았고, 잠시 세운 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이전 주유소보다 비싼 것 아니겠어요? 한국에서 알뜰하게 가격 비교하며 살던 저는, 다음 주유소에서 채우자라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 얘기했죠. 그랬더니 정색하면서 무조건 채워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주유소는 닫혀있었고, 후에 지나가다 길가에 세워진 차를 보고는 괜히 움찔했다죠🙄


블랙아이스(Black Ice)라고 들어보셨나요? 도로 위의 얇은 얼음 막인데요. 이름에서도 짐작하셨겠지만, 색이 도로와 비슷해서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죠. 발견했을 때는 속도를 줄이기에 이미 늦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운전하다 저 멀리 도로에 뭔가 잠깐 반짝인 것 같다 싶으면 블랙아이스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다리나 그늘진 곳을 지날 때 블랙아이스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알래스카에서는 제설 작업의 일환으로 작은 자갈을 미끄러운 도로 위에 뿌리는데요. 이 자갈이 운전자를 긴장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깜짝깜짝 잘 놀라는 분들은 알아두시면 심장이 편안해지실 거예요🤭

 

알래스카 도로에는 물류 트럭과 같은 대형차량이 많이 다닙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트럭 사이즈도 한국보다는 크고요. 그래서 반대차선에 차들이 지나가면서 작은 자갈이 튀어 차량 앞 유리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부딪히기만 하면 잠깐 놀랐다 마는데, 부딪혀서 앞유리창에 금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리창에 금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알래스카에서는 금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는 그 차량을 운전을 해도 괜찮습니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차를 세운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죠. 

 

대부분 렌트를 하실 테니, 렌트 전에 렌트사의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한 번쯤 물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표지판 설명

SCENIC VIEW라고 쓰인 또는 카메라 그림이 그려진 파란색 표지판을 지나치셨다면 차를 세우고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 곧 나타납니다. 


혹시 분홍바늘꽃(fireweed)이 그려진 표지판을 보셨나요? 곧 경치 좋은 길이 펼쳐집니다.

REST AREA는 차를 세우고 쉴 수 있는 곳입니다. 화장실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화장실이 있다면 화장지는 들고 가세요. 화장지 걸이에는 화장지의 흔적만 있을 거거든요. 그리고 말이죠, 깨끗하진 않을 겁니다. 각오하셔야 해요😭
아참, 화장실도 시즌제예요. 겨울엔 잠겨있어요.



추가 꿀 팁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구글 지도에서 보이는 도시(또는 마을)일 것 같은 지명들. 믿으시면 안 됩니다. 다음 도시에 가서 이거 사야지, 저거 사야지. 살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수품이 아니라면, 앵커리지나 페어뱅크스, 앵커리지 주변 도시에서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제외한 도시들은 편의점 수준의 작은 마트라고 생각하시고 필요한 물품은 큰 도시에서 미리 준비하세요. Glennelen이나 Healy, Tok 정도는 그나마 큰 마트가 있는 도시라 할 수 있겠네요. Delta Junction에도 중형 마트가 있었으나, 작년 겨울에 지붕이 무너져 지금은 편의점 수준의 마트로 임시운영 중입니다(2022년 10월 29일 현재)

쌍안경! 사치품일 수 있지만 바위산 높은 곳에 산양 또는 마운틴 라이언(퓨마), 멀리 나무 꼭대기에 앉은 흰머리수리 등을 발견한다면 목에 매달린 쌍안경이 요긴하게 쓰일 겝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주요 도로별로 알래스카 도로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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